이번 시리즈는 제조, 에너지발전 산업을 위한 B2B 제품 개발 과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제품 기획의 관점에서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 다같이 살펴보세요!
원프레딕트에서는 산업 설비 유지관리를 위한 제품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가디원 모터가 세상에 출시되기 전까지 원프레딕트 내부에서는 수많은 제품 후보군이 검토되었고, 다양한 기술 개발 과정도 있었는데, 저도 그 중 하나를 담당해 연구개발 단계에서부터 프로토타입 개발까지의 과정을 밟아보았습니다. 이전까지는 센서에서 수집된 데이터 분석 등 연구 업무만 보다가 처음으로 제품을 기획하고, 어떤 제품이 좋은 제품인지 고민해볼 수 있어 개인적으로 색다르고 경험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품에 대해 고민을 하며 다양한 글과 영상들을 통해 제품 기획에 대한 여러 방법론들을 공부했지만, 당연하게도 우리 회사의 상황과 비즈니스에 완전히 fit한 정답이 되는 방법론은 없었는데요! 성장전략팀, Edge Solution팀과 마케팅, 영업팀 등 다양한 팀들이 어벤져스처럼 모여서 진행했던 시장성 검증 과정을 공유하고자 이렇게 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1.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는 중
원프레딕트는 제조, 발전 등 산업에서 사용되는 핵심 설비의 결함을 진단하고, 고장이 발생하기 전에 예측해 설비를 최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하는 PdM (Predictive Maintenance: 예지보전) 솔루션을 개발합니다.
원프레딕트의 PdM 솔루션은 기본적으로 산업 설비에서 발생하는 여러 데이터를 센서로 수집하고, 이를 고유의 산업 AI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현재의 설비에 대한 Health Insight 진단 결과를 도출하여, 관리자가 한 눈에 설비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도록 대시보드에서 결과를 시각화합니다.
과거의 PdM 솔루션은 주로 터빈, 풍력 발전기처럼 설비의 고장으로 인한 손실 비용이 크고, 센서 등 진단을 위한 인프라가 이미 설치되어 있는 대형의 단일 기계 설비들을 중심으로 도입이 활발했습니다. 때문에 전통적으로 대형 설비들을 주로 다루는 발전/송변전 분야와 process 제조* 분야에서 PdM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많았죠. 원프레딕트에서도 터빈과 변압기를 대상으로 하는 가디원 터보, 가디원 서브스테이션과 같은 솔루션들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죠!
그런데 최근에는 고부가가치를 내는 첨단 제조업 분야의 discrete 제조* 분야에서도 품질 관리와 생산비용 절감을 위해 PdM 솔루션을 활발히 도입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반도체, 배터리와 같은 첨단 제조 공정을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process 제조 vs discrete 제조가 궁금하다면?
전방 100m 앞, 새로운 시장이 출현할 예정입니다!!
이러한 트렌드와 함께 원프레딕트도 다양한 업체들과 여러 방면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새롭게 열리는 시장에서 기회를 탐색했습니다. 수많은 산업 현장에 있는 첨단 설비 중 우리의 제품으로 관리되기에 적합한 설비가 무엇이 있을지 검토하고,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많은 후보군들 중에 이번 글에서는 산업용 로봇에 대한 PdM 제품을 만들었을 때 사업성이 있을지 여부를 검증해본 과정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산업용 로봇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지만, 특히나 discrete 제조 방식이 많이 활용되는 자동차, 전기/전자 분야에서 많이 사용되는 설비입니다. 아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글로벌 산업용 로봇 시장은 지속적으로 늘어 연 평균 13%의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높은 제조업 의존도로 인해 세계에서 연 판매 로봇 대수가 4번째로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연간 8% 수준의 누적 운영 대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합니다.
전 세계 제조업용 로봇의 누적 운영 대수 (Source: International Federation of Robotics)
첨단 공정에서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는 산업용 로봇을 대상으로 PdM 솔루션을 만들 때의 비즈니스 잠재력은 과연 얼마나 될지,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요?
2. 너의 비즈니스 잠재력이 보여…
앞서 이야기한대로 이전까지의 PdM 제품은 대형 설비들을 타겟으로 만들어졌고, 산업용 로봇에 위한 PdM 솔루션은 아직 시장에서 보편화 되지 않았습니다. 즉, 시장에 진출해있는 player들이 이제 막 새롭게 시장을 개척해나가고 있는 중인 상태라고 볼 수 있죠.
만약 시장에 player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성숙한 시장이라면 다양한 소스를 통해 시장 규모와 경쟁 업체들의 경쟁력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새롭게 개화하는 시장에서는 이런 정보가 많이 부족하고, 그렇기 때문에 다른 접근법이 필요합니다.
2.1 수익 시장 계산 공식
먼저 수익 시장의 크기를 구하는 과정을 단순화시키면 결국 다음과 같이 정리됩니다.
수익 시장의 크기 = 판매하는 제품 수(Quantity) x 제품의 판매 가격(Pr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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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추가로 시장의 예상 성장률을 나타내면 그 시장의 매력도를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간단해보이는 이 공식 속에 어려운 점이라면 ‘우리 제품이 몇 대가 팔릴 수 있을지?’, 그리고 ‘우리 제품은 얼마에 팔아야 할지’를 정확한 수치로 예상하기 힘들다는 거겠죠! 결국 제품의 시장성을 검증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은 이 수치들을 예상하기 위한 적절한 논리와 근거를 찾는 것입니다.
이 글에서 다룰 접근법은 그 논리와 근거를 과연 ‘어디서’ 가져올지에 따라 다음과 같이 2가지로 나뉩니다.
•
경쟁업체에서 가져오기
•
고객님 마음 속에서 가져오기
2.2 첫 번째 접근법, 경쟁업체에서 가져오기!
이 접근법은 쉽게 말해 우리를 패스트 팔로워로 자처하는 것입니다. 이제 막 개화되는 시장이지만 우리보다 반발자국이라도 앞선 player가 있다면 그를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인정하고 그들에게서 정보를 얻는 방법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가상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분석해보겠습니다.
가상 시나리오의 가정들
- 국내 산업용 로봇의 누적 운영 대수는 2021년 기준 약 400,000대 수준에서 2023년 기준 약 500,000대로 증가할 예정
- 산업용 로봇 PdM 솔루션 First Mover인 A사는 전 세계 각 지역별로 1~3%의 산업용 로봇에 대해 자사의 솔루션을 판매했다고 홍보함
- A사의 로봇 PdM 제품의 연간 구독료: 100만원
* 상기 수치들은 모두 가상의 수치들입니다.
이제 경쟁업체로부터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의 수 정보를 가져옵니다. 판매 대수를 직접 알 수 있으면 좋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다른 지표로 추정할 수도 있습니다. 저희가 타겟한 First Mover인 A사의 최근 컨퍼런스 최근까지의 사업 내역과 제품 판매 가격을 종합해 추정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산업용 로봇 PDM 제품의 수익 시장의 크기 (2022년 기준)
= 판매하는 제품 수 x 제품의 판매 가격
= (산업용 로봇 누적 운영 대수 x 경쟁 제품의 침투율) x 경쟁 제품의 가격
= 500,000 x 1~3% x 1,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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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우, A사의 제품 판매 대수를 정확하게 알지 못했지만, 전체 산업용 로봇에 대한 침투율(전체 모집단이 되는 시장 안에서 차지하는 비중) 정보를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판매 가능한 제품 수를 추정해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 근거들을 무작정 끌어와 쓸 수는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가정에서 ‘A사의 글로벌 침투율을 과연 국내에 그대로 도입해도 괜찮을걸까?‘라는 의문이 남을 수 있습니다. 또, 100만원이라는 연간 구독료 액수에 대해 세계 시장과 국내 시장에서 공감하는 정도가 과연 비슷할지도 의심해볼 수 있고, 혹은 애초에 A사가 무척 대기업이라 단순 비교하기엔 우리와 체급이 많이 다를 수도 있죠.
이 때에 한 가지 팁은 예측의 결론을 하나로만 내는게 아니라, 긍정적인 경우와 부정적인 경우를 나누어 예측에 여유를 두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경쟁 업체의 가격은 100만원이었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긍정적인 경우 120만원으로, 부정적이면 80만원으로 가격의 범위가 조정될 여지를 남깁니다. 다양한 시나리오를 통해 발생 가능한 최악의 경우와 최선의 경우를 산정해보면 더 신뢰할 수 있는 결과가 도출됩니다.
위 결과를 기반으로 계산하는 수익시장 (데이터는 모두 가상의 데이터입니다!)
이 접근법의 장점은 페이퍼워크에 기반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추정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우리와 완전히 동일한 케이스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보통 여러 가정들이 동반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만큼 예측에 한계가 존재하는 접근법입니다.
2.3 두 번째 접근법, 고객님 마음 속에서 가져오기!
두 번째 접근법은 직접 고객을 만나 니즈의 크기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전체 고객 중 우리 제품에 대한 구매 의지가 있는 고객이 얼마나 되는지, 그들은 얼마를 지불할 것인지를 설문이나 인터뷰 등을 통해 직접 조사하는 방법입니다.
앞서서 ‘경쟁 제품의 침투율’과 ‘경쟁 제품의 가격'이 했던 역할을, 이번에는 시장에 직접 물어보는 것으로 치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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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제품의 침투율 → 로봇 PdM 솔루션의 도입 의사(로봇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 중 로봇 진단 솔루션 도입에 긍정적인 업체의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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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제품의 가격 → 로봇 PdM 솔루션의 지불 의사(고객이 생각하기에 합리적인 솔루션의 가격)
이 변수들을 통해 계산되는 유효한 수익 시장의 크기는 다음과 같이 계산됩니다.
산업용 로봇 PDM 제품의 유효한 수익 시장의 크기(2022년 기준)
= 판매하는 제품 수 x 제품의 판매 가격
= (산업용 로봇 누적 운영 대수 x 경쟁 제품의 침투율) x 경쟁 제품의 가격
= (산업용 로봇 누적 운영 대수 x 로봇 PDM 솔루션의 도입 의사 x 예상 점유율*)
x 로봇 PDM 제품의 지불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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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점유율 책정
이 지표들의 값을 알고 싶다면, 이제 책상에서 일어나 발로 뛸 준비를 해야 합니다!
이렇게 정리한 수식에 따르면 우리가 파악해야 하는 지표는 ‘로봇 PDM 솔루션의 도입 의사’와 ‘로봇 PDM 솔루션의 지불 의사'입니다. 아쉽게도… 이런 지표들은 paper work로는 알기 힘들기 때문에, 직접 조사를 수행해야 알 수 있는 내용들입니다. 말 그대로 “고객님들의 마음 속에서 가져오기!”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설문조사와 인터뷰 등을 통해 수치를 얻어내는 것입니다.
활성화되지 않은 시장에서는 누구도 제품을 사용해본 적이 없다
조사 방법은 알아내고자 하는 정보 내용을 감안해 적절하게 설계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만약 ‘로봇 PdM 제품의 도입 의사’를 알고자 로봇을 사용하는 모든 공장들에게 설문으로 도입 의사를 묻고 70%의 수치를 얻어냈다면 이 결과는 과연 신뢰할 수 있는 결과일까요?
저희가 조사 방식을 설계하면서 주의했던 점은 시장에 아직 이러한 솔루션의 도입이 보편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장님들이 모여 코끼리를 만져 그 모습을 상상하듯, 로봇 진단 솔루션이라는 아직 시장 속 상상의 존재에 대해 물었을 때, 사람들의 생각하는 바가 동일할 수 있을까요? 모두가 다른 제품을 상상하며 응답한 결과를 우리가 과연 신뢰할 수 있을까요?
직접 묻기보다는 간접적인 질문으로 니즈가 있을 수밖에 없는지 파악하기
그렇기 때문에 도입 의사의 조사 방법을 설계하면서 고객들이 솔루션을 도입할 의향이 있는지 직접적으로 물어보는 질문이 아닌, 로봇 사용 업체들이 로봇 진단 솔루션이 도입할만한 환경을 갖추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을 중점적으로 고려했습니다. 아래와 같은 간접적인 질문을 통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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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내 운영하는 로봇의 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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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로봇 당 관리 인력
•
로봇을 모니터링하는 주기와 들여야 하는 시간 및 노력
이러한 질문들은 최대한 정량적인 답변이 나올 수 있도록 기획됩니다. 정량적인 답변은 응답자의 주관적인 판단이 배재되어 사실에 가까운 답변이 나올 수 있도록 합니다. 이렇게 나온 수치에 기반해 고객들이 우리 제품으로 하여금 시간적으로, 비용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을지 여부를 검증합니다.
그 와중에도 아무도 모르는 이 제품을 이미 이해하고 있는 얼리어답터는 있다!
지불 의사는 조금 다른 조건이 붙습니다. 도입 의사는 설문을 통해 파악되는 환경에서 간접적으로 그 수치를 짐작했지만, 지불 의사는 고객의 주머니에서 나올 금액의 액수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물어보는 것 말고는 짐작하기가 어려운 지표입니다.
이러한 답변을 줄 수 있는 존재를 우리는 흔히 얼리어답터(Early Adopter)라고 부릅니다. 얼리어답터란 이미 잘 알려져 있듯, 제품의 트렌드에 민감해 대다수의 고객 집단이 제품을 본격적으로 소비하기에 앞서 이미 그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 집단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제품에 대한 관심이 크기 때문에 이들 집단은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 만큼이나 제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갖고 있습니다.
지불 의사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산업용 로봇 PdM 제품을 도입해서 사용하는 시나리오를 충분히 고려해봤을 법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갖도록 설계했습니다. 제조업에서 이러한 얼리어답터는 주로 대규모 제조 인프라를 운영하는 대기업, 특히나 신규 생산 기술을 검토하는 팀입니다. 대기업들과의 인터뷰, PoC 등을 통해 컨택 포인트를 확보하고, 그 과정에서 인터뷰를 통해 고객의 지불 의사를 파악하는 과정이 준비되었습니다.
설문조사와 인터뷰의 내용에 대한 세부 설계는 다음 장에서 더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글을 마치며…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때 비슷한 경험을 가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시중의 여러 제품 기획 노하우들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목표로 하는 시장, 산업군의 특성에 따라 이런 노하우들이 잘 들어맞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번 글에서는 #B2B, #제조 분야에서 새로운 제품의 시장성을 검증하는 방법에 대해 원프레딕트 내 다양한 팀들이 머리를 맞대어 설계한 접근법을 소개해드렸습니다.
이어서 다음 포스트에서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준비하는 과정까지 확인해보세요!
<B2B 제품 시장성 검증 이야기> 시리즈
참조
[1] 박지수, 『팔리는 프로덕트』, 탈잉(2021)
이 글을 쓴 사람
주 요 한 | Predictive Maintenance (PdM) 팀
무언가를 만들고 사람들과 함께하는걸 좋아합니다.
원프레딕트에서 산업용 로봇 진단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주말엔 등산도 하고 마라톤도 나가고 회사에서 몰래 빔프로젝터로 영화도 보고.. 아 나는 왜 글까지 잘써서 기술블로그를 담당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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