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공학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에디슨은 과학자일까요, 공학자일까요?
대학 생활 멘토링 프로그램에서 만난 중, 고등학생들은 늘 이 질문을 하곤 했습니다. 처음 이 질문을 받았을 때는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해 얼버무렸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이렇게 대답하고 있더라고요,
“과학은 새로운 지식을 발견해서 사람들을 똑똑하게 만드는 학문이고,
공학은 끝내주는 기술로 발명해서 사람들에게 돈을 벌어다 주는 학문이야!”
지금 생각해보면 어처구니없는 대답이겠지만, 한편으로는 핵심을 짚어내고 있는 대답이기도 합니다. 바로 “발견과 발명”의 차이를 언급했기 때문이지요.
과학은 연구의 방향에 ‘효용성’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아직 인류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지식을 써 내려가기 위한 순수한 노력에 가깝죠. 그렇기 때문에 과학의 결과는 그 시대에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그 과학의 산물이 갖고 있는 잠재적 가치를 뒤늦게 재발견하곤 하죠. 노벨상의 수상자가 수십 년 전의 연구 결과로 상을 받게 되는 것도 어쩌면 인류가 그 연구의 가치를 너무 뒤늦게 깨닫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이미지 출처 : REUTERS/David Moir)
1964년 힉스 입자를 예측하는 논문을 발표했던 피터 힉스(Peter Higgs).
그가 2013년 해당 논문으로 노벨상을 받기까지 50년의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제가 지금 30살쯤이니까, 지금부터 서둘러 연구한다면 손자가 대학원을 졸업할 때쯤 노벨상을 받을 수 있겠네요!
반면에, 공학은 분명한 ‘효용성’을 목적으로 합니다.
사람들이 기술을 사용하게 하고, 그들의 삶을 변화시켜 최종적으로 더 많은 부가가치와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이 공학의 목표입니다. 공학 기술은 끊임없이 사용자의 입장에서 연구되어야 하고, 또 궁극적으로 사용자의 입장에서 평가되어야 합니다. 아무리 대단하고 신기하고 멋진 기술이어도 결국 사용자의 삶에 변화를 주지 못한다면 그 가치는 빛이 바랠 수밖에 없습니다.
웨어러블 기기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됐던 구글 글래스(Google Glass). 하지만 제도적인 문제와 사용자의 효용을 찾지 못한 채 결국 프로젝트가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그렇다면, PHM은 무엇일까요?
설비 유지보수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PHM (Prognostics and Health Management)은 가장 공학적이고 또 가장 잠재력 있는 산업 분야입니다.
거칠게 정의할 때 PHM의 개념은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습니다.
“산업 설비의 건전성 상태, 즉 결함이나 고장의 발생을 진단/예측하여 산업에서 이를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렇다면 PHM, 즉 산업 설비의 건전성을 진단/예측하는 것이 왜 중요할까요?
그건 바로 산업 설비의 고장이 손실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몇 가지 예시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013년 싱가폴에서 출발하여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를 향하던 거대한 수송선 8100-TEU는 끝내 여정을 마치지 못하고 바닷속에 침몰당했습니다. 수송선을 지탱하는 구조물에 누적되어 왔던 피로도로 인해 배가 무거운 화물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이 수송선은 바다 한복판에서 말 그대로 ‘두동강’이 나버렸습니다. 그 결과 수송선의 가격은 차치하더라도 선적되어있던 화물들이 바닷속으로 가라앉으며 약 50억 달러의 거대한 사업 손실이 발생하고 말았죠.
시간을 조금 더 거슬러 2004년 알제리에 있던 한 LNG 플랜트에서 대형 폭발이 발생했습니다. 해당 폭발은 노화된 LNG 파이프에서 새어 나와 가스에 불이 붙으며 시작되었는데요, 이때 약 10억 달러의 사업 손실뿐만 아니라 27명이 사망하고 72명이 부상을 입는 심각한 인적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거시적으로 접근했을 때, 2012년 미국이 이런 산업 설비의 건전성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지출이 약 2500억 달러에 달한다고 하네요. PHM이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궁극적인 효용은 바로 이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여 산업 설비의 건전성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설비 유지보수 비용을 최소화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PHM은 산업 설비의 건전성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또 앞으로 다가오는 고장의 발생을 예측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처럼 산업 설비의 고장으로 파생되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줄이고 싶다는 것이 바로 PHM이 목표하는 고객의 ‘효용’입니다.
자! 고객의 효용으로부터 우리가 달성해야 하는 목표가 분명히 정해졌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산업 설비의 건전성을 진단할 수 있을까요?
주변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바로 우리의 몸입니다.
우리가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을 때 가장 먼저 신장이나 체중과 같은 기본적인 정보들을 측정합니다. 또 혈압을 재기도 하고, 흉부 X-Ray를 찍기도 합니다. 이렇게 건강과 관련된 데이터를 모은 다음에는 의사가 데이터들을 살펴보며 지금 건강 상태가 어떤지, 과거 검진 결과 대비 어떻게 변화했는지 등을 판단하죠.
사람의 건강관리시스템은 PHM의 기본적인 컨셉과 굉장히 유사합니다.
산업 설비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래 4가지 단계는 PHM을 구성하는 주요한 단계입니다.
1.
Sensing 건강검진에서 혈압을 재고 X-Ray를 찍는 것처럼 산업 설비에서도 다양한 직간접적인 신호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2.
Feature Extraction 또 최대 혈압, BMI 지수와 같이 건강지표를 보는 것처럼 설비의 건전성과 관련하여 가공된 특정 수치들을 뽑아낼 수도 있습니다.
3.
Diagnosis 건강 지표들을 토대로 지금 건강 상태가 어떤지 판단하는 것처럼 설비의 건전성 수치들을 분석하여 현재 설비의 상태를 진단할 수 있고,
4.
Prognosis 더 나아가, 매년 건강검진의 결과를 비교해 향후 건강 상태를 예측하는 것처럼 산업 설비의 과거 데이터들을 바탕으로 다가오는 고장의 발생을 예측할 수도 있죠.
1800년대 후반부터 인류의 평균 기대 수명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X-ray, MRI와 같이 다양한 의료 데이터를 확보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질병을 초기에 감지하여 미리 치료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죠.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의 PHM은?
자, 이제 엘도라도가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그 무엇보다도 확실한 시장의 니즈가 확인되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도 제시되었습니다. 기회를 모색하던 수많은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뜨거운 열풍에 뛰어들었고, 2010년대 중반에 들어 4차산업혁명, 인공지능, 스마트팩토리, 디지털 전환과 같은 키워드들에 맞물려 많은 자본과 인재들이 몰려들었습니다. 기존에 산업 설비를 제작하던 국제적 대기업들은 앞다투어 자체 솔루션을 런칭하였고, 유망한 스타트업들이 급부상하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갔습니다.
그렇다면 약 10여년이 지난 지금, PHM 기술은 결실을 맺었을까요?
본격적인 황금시대를 맞이할 것 같던 PHM 시장의 여러 플레이어는 1) 기술의 성숙도를 달성하지 못하거나, 2) 고객의 효용을 겨냥하지 못한 사업 모델이라는 평가와 함께 아쉬운 성적표를 거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많은 솔루션 제품들이 리텐션에 실패해 철수해야 했고, 여러 스타트업이 문을 닫거나 사업 아이템을 전향(Pivoting)하게 되었죠. 그리고 그 중 일부는 고객의 효용을 인정받으며 그 가능성을 계속해서 증명해나가고 있지요.
바로 ONEPREDICT도 그중 하나라고 자부합니다.
왜 이런 결과가 발생했을까요?
꾸준히 성장하며 잠재력을 이끌어가고 있는 선구자들은 무엇이 달랐던 걸까요. 시장을 함께 이끌어가는 ONEPREDICT의 대답은 바로 고객중심적사고와 오랫동안 단단하게 누적된 PHM 기술력의 조화입니다. ONEPREDICT는 언제나 고객의 입장에서 산업 현장의 문제를 정의하고, 고객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PHM 기술을 정의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오랜 시간 수많은 산업 데이터를 축적해 왔으며, 올바르고 끈기있는 연구과정을 통해 단단한 기술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PHM, 원프레딕트 기술의 시작점
저는 PHM 기술을 개발하는 Data Scientist에서 시작해 고객의 효용과 가치를 발굴하는 Product Owner / Project Lead로서 ONEPREDICT의 다른 가디언즈들과 함께 PHM 산업 최전방을 누비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때론 고객과 함께 팩토리나 플랜트에서 밤을 지새우며 문제를 발견하기도 하고, 산업을 구성하는 다양한 이해 관계자를 만나며 사업 기회를 발굴하기도 합니다. 문제가 정의되고 사업 기회가 발견되면 여러 가디언즈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다양한 PHM 기술을 고민하며 검토하기도 하죠.
지난 수년간 ONEPREDICT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확신한 것은, PHM이야말로 기술력뿐 아니라 고객의 효용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공학”의 꽃이라는 겁니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한 손에는 견고한 PHM 기술력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치밀한 사업적 전략을 들어야만 비로소 PHM이라는 꽃을 피울 수가 있었습니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저는 학부를 졸업하며 지금 ONEPREDICT의 대표이자 당시 저의 지도교수님이었던 윤병동님을 만난 순간부터 ONEPREDICT에 조인하기로 결정한 순간까지 ‘양손잡이’에 대한 열망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제가 연구하고 있는 기술이 단순히 기술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반드시 효용을 창출해야 한다는 열망이 있었고, 그런 열망을 가진 여러 구성원들이 모여 지금의 ONEPREDICT가 탄생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그렇기에 ONEPREDICT의 가디언즈들은 늘 양손잡이 인재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본 포스팅 시리즈는 이러한 ONEPREDICT의 양손잡이 마인드, 즉 PHM을 향한 비즈니스적 시각과 이를 구현하기 위한 기술적 이해를 소개하고자 시작되었습니다. 여러 고객이 마주한 문제들을 ONEPREDICT가 어떻게 풀어왔는지, 또 이를 어떻게 산업화하였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다양한 산업에 어떤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는지를 함께 되짚어 보려고 합니다.
원프학개론, PHM A to Z 파헤치기
지금까지 저희는 PHM이 무엇이며 산업에서 어떤 효용을 갖는지 살펴보았습니다. 또 PHM의 기본적인 프로세스와 PHM의 현주소, PHM 기술이 마주한 허들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상기해보았습니다. 다음 포스팅부터는 본격적으로 각 항목의 내용을 보다 상세히 알아볼 예정입니다.
가장 먼저 PHM을 둘러싼 여러 개념들과 사업적 효용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아마 이 글을 여기까지 읽으신 분이라면 예지보전 솔루션(PdM : Predictive Maintenance)이라는 단어를 한번쯤 접해보셨을텐데요,
첫번째 챕터에서는 Maintenance와 Management의 개념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해 PHM의 정확한 컨셉과 범위를 정의하고 PHM이 고객에게 제시할 수 있는 정성적/정략적 효과를 탐구할 예정입니다.
다음으로는 PHM을 구성하는 4가지 단계(즉 Sensing, Feature Extraction, Diagnosis, Prognosis)를 좀 더 깊게 들여다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각 단계가 개념적으로 어떤 내용을 포함하는지, 또 서로 어떻게 유기적으로 작용하는지 알아보고, 더 나아가 기술적인 관점에서 보다 심도 있는 논의를 가져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ONEPREDICT가 경험했던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각 단계들이 어떻게 산업 현장에 적용될 수 있는지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는 PHM의 현주소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특히 ONEPREDICT가 마주해왔던 여러 도전들과 고비들을 되짚어보고, 고객에게 직접적인 효용을 주기 위해 ONEPREDICT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며 전체적인 시리즈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자, 그러면 다음 포스팅에서 본격적인 내용으로 돌아오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본 포스트는 ONEPREDICT CEO 윤병동 교수의 수업자료를 바탕으로 ONEPREDICT 경험에 빗대어 재구성된 자료입니다.
이 글을 쓴 사람
김 수 호 | PdX팀
행동보다 말이 앞서는 INTP Project Lead 입니다
세상의 수많은 정보 속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